1012년 6월 10일
오늘 와수리에서 주례를 보고, 부랴 부랴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.
긴 시간을 고민하고, 여러분들께 의견을 구하기도 했던 일을 결행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.
뻐꾸기도 한없이 울고( 뻐꾸기가 너무 울면 가뭄이 든다고도 함), 오디도 다닥다닥 열어 검게 익어간다.
예초기가 첨 나왔을 때는 조상님의 산소의 잡초를 예초기로 잘라도 되느냐가 고민거리였고, 어머니 살아 계실적에는 낫으로 베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었다.
그러나 불효자인 난 어머님 앞에서 아버님의 산소를 예초기로 깎았다.
오늘의 고민은 조상님들의 산소에 예초기에 더하여, 제초제를 쳐야하느냐 였다.
주변 분들의 다수의 의견은 "제초제를 친다" 였기에, 제초제를 한 통 사고, 제초제 전용약통을 빌려 물까지 담아 왔다.
그러나 산소를 올려다보니---, 마음이 흔들려 결국 때이른 예초기 벌초작업만 하게 되었다.
사곡리에 있는 할아버지의 묘.
부모님 바로 위에 있는 할머니의 묘.
부모님의 묘.
할아버지의 묘 바로 아래에 있는 지인의 묘, 원래는 부부를 모셔서 분봉이 두개였는데, 하나로 다시 조성했나 보다.
모두들 딴 곳으로 이사를 가셔서 산소만 이곳에 있다.
이 묘는 옮겨가고, 한가운데에 소나무 한그루를 심었는데 죽을뚱 말뚱한다.
어른들은 의사소통수단이 열악했어도 오히려 소통이 잘 된것 같다. 소나무 한그루를 심어, 누군지는 모를 이해관계자에게 언제라도 이곳의 묘를 옮겨갔음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.
이렇게 오늘 하루는 결심을 번복한 바보가 되고, 때 이르게 뙤악볕에 예초기로 널다란 산소 3개를 깍느랴 고생했지만 땀을 닦으며, 바라보는 파란 운장리 벌판이 시원하기만 하다.
산소는 작고 아담해야 후손이 고생을 적게한다는 것과, 내 죽으면 벌초는 제대로들 하려나 하는 성급한 걱정을 벌초때 마다 하게 한다. 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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